기계가 꾸는 꿈.
기계와 생명에 대한 확장된 시각과 융합예술의 가능성.
이번 포스팅에서는 숭실대학교 정보과학관 1층 미디어스페이스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 위주로 설명하겠다.
Alain Bittler의 Movement Serie.
작품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매우 동적이다.
구름, 연기처럼 보이는 형상들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인다.
작품에 나타나는 이미지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흐리게 보이기도 하고 흔들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마치 3D 화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평면적으로 보이지 않고 입체적으로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지는 쉬지 않고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물질의 생성과 변화, 소멸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일까.
이미지는 매우 추상적이고 불규칙적으로 보이지만, 분명 구체적이고 규칙적인 질서가 숨어있을 것이다.
알 수 없는 듯한 이미지도 무언가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불규칙적이면서도 규칙적이고, 무질서한 듯 보이면서도 질서정연한 모습.
여기에서 카오스와 프랙탈 이론이 떠오른다.
우주의 생성원리, 지구의 탄생, 생명체의 탄생, 자연의 원리...
여기에도 분명 카오스와 프랙탈이 적용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비록 그것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절대적인 이론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의 연관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태한의 무제.
이 작품은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다만 하드웨어로서 기계적인 방식으로 제작하였다는 것.
디지털 이미지의 모습보다는 아날로그 이미지에 가깝게 보인다.
한지에 먹물을 떨어뜨리고 그것이 번지는 효과를 낸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과연 작가의 의도일까.
아니면 우연의 산물일까.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이 떠오르기도 한다.
불규칙적이면서도 규칙적인 면이 있고, 우연에 의한 표현처럼 보이지만 작가의 의도된 표현이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도 카오스 이론과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복잡성의 과학.
불확정성의 원리.
카오스(Chaos)는 과학 뿐 아니라 예술의 영역에서도 많이 적용되고 있다.
Shawn Lawson의 Subliminal Wiretapping.
직역하면 잠재의식의 도청.
인간의 뇌에 존재하지만 평소에는 떠오르지 않는 기억.
바로 잠재의식이다.
이 잠재의식은 인간의 의지에 의해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뿐 아니라 이러한 기억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잠재의식은 무의식층에 존재하는 기억이다.
반면 의식층에 존재하는 기억은 언제든 인간의 필요에 따라 그것을 끄집어낼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러한 인간의 잠재의식을 도청할 수 있다는 설치작품.
화면에는 잠재의식에 존재하는 기억의 단편들을 보여주고 오른쪽에 있는 단말기에서는 그것을 출력한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잠재의식을 끄집어내는 것이 의미있는 것일까.
이태훈 Photosynthate.
가운데에 있는 물체는 사과인데, 이것은 실재하는 것이 아닌 허상이다.
물론 사과가 떠 있는 공간도 가상이다.
이 가상의 공간에 떠있는 가상의 3D 사과.
물론 여기에 존재하는 빛과 그림자도 허상이다.
그러나 사람의 손을 이용해 이러한 그림자를 조절할 수 있다.
현실에 있는 사람이 가상의 공간과 사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프로젝터를 통해 벽면에 투사되고 있는 이미지.
William Craig의 I ebb, It flows (Series).
수많은 선들이 물결처럼 흐르고 있다.
이러한 선들의 흐름은 매우 역동적으로 보인다.
인간의 복잡한 신경회로를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 기계와 컴퓨터의 회로를 표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신경의 흐름이기도 하고, 전자의 흐름이기도 하다.
정보화 시대의 네트워크일 수도 있고, 정보의 흐름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Graham Wakefield의 Makeshift.
관람객이 사진 아래에 있는 조이스틱을 움직이면 화면 속의 형상이 그에 반응하여 움직이고 양쪽에 있는 스피커에서는 사운드를 출력한다.
이러한 형상의 움직임과 변화, 사운드의 생성은 무작위적으로 일어난다.
즉, 이러한 결과물은 관람객 뿐 아니라 작가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은 랜덤하고 불규칙적인 모습을 보인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다양한 변수를 입력하는 것 정도이다.
이것은 프로그램에 의해 결과가 생성되기 위한 초기 단계의 작업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인간의 지능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시스템을 구현하고, 변수를 입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컴퓨터에 의해 실행되고 결과가 출력될 때까지 인간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또한 프로그래밍의 결과도 의도하지 않았고 예측하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컴퓨터를 이용한 작업은 질서정연하고 규칙적인 입력과 달리 무질서하고 불규칙적인 상태의 출력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생성예술 또는 컴퓨터아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룰 것이다.
전시에 대한 리뷰는 여기에서 마친다.
전시의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고, 기대했던 것에는 약간 못미치는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흥미있는 전시회였던 것 같다.
그러나 흔히 접할 수 없는 생성예술과 미디어아트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알게 된 것은 현대의 과학과 예술은 그 경계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고 오히려 융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계가 꾸는 꿈 (Machine Dreams)展 홈페이지
http://www.koian.org/machine_dreams_main
4회에 걸쳐 연재되는 본 '기계가 꾸는 꿈' 전시 리뷰는 블로거 '녹색의문'님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1. 생성예술 국제교류전시-Machine Dreams : 스페이스 CAN|작성자 녹색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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