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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소프트웨어에 의존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소위 아날로그적(?)인 작업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어쩌면 이 작품 역시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버리고 전통적인 작업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경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내 손의 수고로움을 기계가 덜어주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기계에 의해 '그려진' 그림이 흡사 동양의 산수화를 연상시키고 있다는 점이 결국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산수화를 그리겠다고 붓을 드는 일과 붓을 들고 휘갈기다보니 산수화를 발견하는 일은 엄연히 다르며, (레베카 혼을 머리에 그리며) 바닥에 떨어진 손수건을 집어 올리기 위해 허리를 굽히는 일과 아주 긴 젓가락을 이용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시작되는 일이다.
알고리즘을 통한 드로잉은 다양한 환경에 씨앗을 뿌리고 자라나는 식물을 바라보다 적절한 녀석을 선택하는 일과 비슷하다. (여기서 '선택'은 매우 경험적인 미감에 의한 불가피한 행위일 뿐이다.) 결국 작은 씨앗을 만드는 일이 알고리드믹 디자인 작업의 시작이자 결과이다.


이태한 / Tae-han Lee

이태한은 문지문화원 사이(Moonji cultural institute, Saii)에서 미디어 아트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http://urll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