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disciplinary Arts란?

KoIAN의 긴 영문 명칭(The Korea Interdisciplinary Arts Network)에 쓰인 Interdisciplinary Arts는 Inter(사이)-disciplinary(학문의)와 Arts(예술)가 만나 학문과 학문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행해지는 창의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의미합니다. 여기에서 Arts는 대상의 미적 표현이라는 예술의 일반적인 의미를 넘어,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사고의 틀을 확장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현상/이슈에 창의적으로 접근해보는 일련의 활동으로 정의합니다. 한국어로는 주로 학제적 예술(學際的 藝術: 학문 학(學) + 사이 제(際))로 번역되어 쓰이며, 학제적이라는 말은 나라와 나라 사이를 뜻하는 ‘국제적’에서 나라 국(國) 대신 학문 학(學)이 쓰여 학문과 학문 사이를 뜻합니다.

좁은 의미로 쓰인 학제적 예술은 다양한 예술장르 즉 미술과 공연, 음악 등과 같은 장르예술들이 융합되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을 뜻하고, 넓은 의미로는 예술과 과학, 그리고 인문사회 등의 전문가들이 함께 방법론을 공유함으로 함께 하나의 목표를 가진 프로젝트를 하는 것을 뜻합니다. KoIAN은 넓은 의미의 학제적 예술을 지향합니다.


학제적 예술(學際的 藝術) vs. 다원예술 (多原藝術)

처음 The Korea Interdisciplinary Arts Network라는 단체명을 짓고, Interdisciplinary Arts라는 용어가 한국에서는 과연 어떻게 번역되어 통용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관련된 다수의 참고문헌을 뒤졌던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찾아낸 Interdisciplinary Arts를 대체한 용어들을 종합해보면 다원예술, 학제적 예술, 이분야적 예술, 제휴예술, 통합/통섭예술, 탈장르예술, 혼합예술 등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한국사회에서 현재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용어가 바로 ‘다원예술(多原藝術)’이었고, 두 번째가 ‘학제적 예술(學際的 藝術)’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수의 문헌에 설명된 ‘다원예술’이라는 개념이 제가 그동안 알고 있던 Interdisciplinary Arts의 의미와 사뭇 다르거나, 혹은 그것을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 오류들로 혼란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이것을 정의하기 곤란한 용어라 언급하면서도 변화무쌍하게 남발하는 아이러니한 사례들도 종종 목격되었습니다.

사실은 학제적 예술이 좀 더 interdisciplinary arts에 가까운 번역이고, 다원예술은 잘못된 번역입니다. ‘다원예술’은 2005년에 (구)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민간 자율기구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새롭게 출범함과 함께 ‘다원예술 소위원회’를 설치하면서 공식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정책용어입니다. 이는 시각예술, 연극, 무용, 음악 등과 같은 기존의 예술장르로 분류하기 애매하여 정책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복합장르적 예술사업, 인디/독립예술 및 공공성을 표방하는 예술활동 등을 한데 묶어 효율적으로 지원/관리함으로써, 기존의 예술지원 정책을 보완하기 위한 용어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정책적 취지와는 별개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애초에 ‘다원(多原)예술’이라는 용어를 문자 그대로 Multidisciplinary Arts(Multi(多)-disciplinary(原))로 번역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이 정책개념의 영어표기를 Interdisciplinary Arts로 잘못 채택함으로써 그 의미를 무리하게 끼워 맞추려 한데서 지금의 언어적 혼선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참고] 정책 준비당시 Interdisciplinary Arts를 유사한 정책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캐나다와 호주의 예술위원회의 사례를 참고했다고는 하나, 이 경우도 오히려 Interdisciplinary Arts 의 일대일 번역을 위해 ‘다원예술’이라는 용어 대신 다른 국문 단어를 썼어야 옳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1990년대 후반 (구)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과도기적 독립예술 지원정책을 넘어 좀 더 포괄적 대안인 다원적 예술지원 사업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있는 정책용어 ‘다원예술(多原藝術)’은 의도했건 그렇지 않든 간에 현재 학문통합과 경계의 파괴라는 큰 흐름을 타고 가는 현재 문화예술계 전반에 여러 불필요한 혼선을 만들고 있는 용어임에는 분명합니다.


Interdisciplinary Arts vs. Multidisciplinary Arts

그렇다면, Interdisciplinarity와 Multidisciplinarity는 어떻게 다를까요? 그리고 이러한 구분은 왜 필요할까요? 언뜻 보아서는 비슷하지만, 사실 이 둘은 각자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일단 Interdisciplinarity는 점차 복잡/다양해지는 현대사회의 새로운 문제들에 대처하는데 기존의 세분화된 각 학문의 단일한 연구방법론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해지면서 학문 간의 경계를 넘어 함께 통합된 방법론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자 하는 노력들을 일컫습니다. 1960년대 학문통합의 붐을 타고 미국에서 출현한 Interdisciplinarity는 특정한 주제에 여러 학문분야의 방법론을 동원해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을 의미하고, 때로는 그 해당 주제를 이해하기 위하여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그런 반면 Multidisciplinarity는 학문 간의 실제적인 융합 없이 결합하는 것을 의미하며, 예를 들어 한 주제를 위해 모인 각 학문분야의 패널 발표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AIDS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학, 정치, 경제, 문화 분야에서 각각의 역할에 대해 패널 발표를 하는 컨퍼런스 정도로 이해를 하면 충분합니다.

(글, 전병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