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정민
출판사 : 해냄
"나이 스무살때 모든 일을 가져와 한번에 펼쳐놓고 정돈하고 싶었다는 다산.
30~40이 넘어서도 그 포부는 시들해 지지 않았다."
어떤 일에서도 가치를 발견하도록 하고 효율적으로 한 그의 정신이 큰 귀감이 된다.
그에게는 수신과 경영이 별개가 아니었다.
그의 엄청난 저술과 활동에는 다음의 정신이 스며있다는 것을 크게 배운다.
먼저 일을 할 때는 효율적으로 한다.
목차를 먼저 세우고 그에 의해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先定門目(선정문목)
참고서적을 수집하나 꼼꼼한 재증명과 논리를 따져 옛것에서부터 새로움을 찾아내는 變係創新(변계창신)을 하였고,이런 자료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이치에 맞게 보강하여 책으로 엮어내는 작업을 한 모서리를 들어 세귀퉁이를 뒤집는 효율성으로 표현했다.(擧一反三거일반삼)
이 책에서 소개한 그가 한번에 얼마나 많은 책을 동시에 집필했는가를 보여주는 표는
'시스템'만 체계적으로 갖추면 동시다발적 작업을 할 수 있는 魚網得鴻(어망득홍)을 보여준다. 특히 책을 편찬시 이전에 출간한 책과 내용이 겹치게 되는 것들은 배제하고자 하는 꼼꼼히 체크하는 모습은 멕킨지의 MECE(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 즉 누락된것, 중복된것이 없는지 체크하는 기술)를 생각나게 한다.
이런 효율성은 그의 평소의 습관에서 비롯된다.
기록, 그리고 다시 돌아봄이 생활화 되어 있었다.
일상에서 의문을 가지고 수시로 그 깨달음을 기록하였고(隨思箚錄수시차록)
일을 되풀이해 검토하고 따져 점검하는 反復參訂(반복참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하였다.
특히 일이 생기면 미리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기미(정세)를 두루 읽고 미루어 헤아리는 지기췌마知機?摩의 자세에서 현재 어지러운 정세와 힘든 경제상황을 현명하게 헤쳐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다잡게 된다.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의견을 모으고 끌어가는 작업이 필요한데
그는 분명한 근거를 바탕으로 논거를 확립하여(無徵不信무징불신) 토론에 임하였다.
쉽게 물러서지 않았으며 상대방도 제대로 임하도록 권면하고
결론이 날 때 까지 이어지도록 하였다.
그의 다양한 영역에서의 많은 업적으로 인해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레오나르도다빈치와 비견될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과 함께 유용함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특히 그 차이가 커서 스스로 그 생각을 접었다.
그는 실제에 유용한 공부를 하고자 講究實用(강구실용)하고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작업을 분배하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分授得宜(분수득의)하였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목표량을 정해놓고 그대로 실천하고, 기록으로 보관하는 定課實踐(정과실천)을 경주하고 산출물들이 완성됬다고 해서 그것을 완성이라고 여기지 않고 버전간에 중간버전(ver.1.0, ver.2.0사이에 ver.1.5를 제작하듯)을 만들어내어 서신을 교류하며 보완하였다.(이러한 교류를 包(?)름不絶포름불절(?)이라는 말로 정리 했는데 '포름'(고기와살)이라는 말이 여러사람들이 의견을 교환하는 포럼(forum)이라는 말과 유사하여 재미있다.-포름이라는 한자가 1800자 안에 없는듯?)
또한 몸가짐으로는
談話視機(담화시기). 즉 말 하나도 함부로 내뱉지 말고 깨달음을 드러낼 수 있도록 계속 가다듬었고,아들이 닭을 기르겠다는 서신에 '글 읽는 선비의 양계법과 못난 사내의 양계법을 대조해서 설명하는 계경을 엮어보라 권면하였다. 그에겐 닭을 치는 속된 일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품위를 유지하고 운치를 깃들이는 속중득운(俗中得韻)인 것이었다.
십여년전, 프린세스메이커라는 게임을 하면서 제일 좋아하던 캐릭터는 '봉고레'라는 농장주였다. 그가 언제나 하는 말을 '똑똑히 일하거라'.
이 책을 읽으며 '똑똑히 일한다'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어떻게 실천으로 이어가야 할 지 느낀다.
다산은 정말 '똑똑히 일하는' 선비였고 정치가였고, 행정가였다.
또한 고독한 천재가 아닌 아들, 형제, 붕당을 넘어선 학문의 친구들, 그리고 따르는 학생들이 많은 실학인이었다.
바른 마음가짐으로 또한 효율적으로 저술 및 행정활동, 교육하는 그를 정말 많은 면에서 본보기로 삼게 되었다.
선비가 냉수마시고 이쑤시는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다산과 그 주변인물의 면면을 이 책을 통해 접하다보니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서양식의 '자기경영법'이나 마음을 다듬는 글을 접하다가 다산의 이야기를 읽으니 자랑스럽고 마음이 새로워진다.
현재 나의 일이 과학,인문,사회,예술을 넘나드는 跨(타넘을 과)원적 예술문화활동인데 이미 조선에서 이러한 일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어. 지속적으로 접하며 진심으로 알고 싶은 대 선배를 만난 느낌이 든다.
(글. 서지혜 - harahan@gmail.com)
